여유 있는 사용 시간과 충분한 밝기가 인상적인 등산용 헤드램프
Black Diamond Storm 500R
가격 108,000 (블랙다이아몬드 공식홈페이지 기준)
밝기 최대 500lm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2400mAh
방수성능 IP67
무게 100g
최대 밝기 사거리 120M / 사용시간 7h
작동온도 -17℃ to 43℃
11월이 되는 늦가을 부터는 일출시간이 6시 30분 전후로 늦어지고 반대로 일몰 시간은 봄이나 여름과 다르게 훨씬 앞당겨지게 됩니다. 1박2일 이상의 종주 산행이나 특히 일출 산행을 가게 되면 정상까지의 거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3시간 이상 작동할 수 있는 여유로운 용량의 헤드랜턴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간은 새벽 부터 산에 오르게 되면 그다지 밝지 않은 헤드랜턴으로 산행을 다녔지만 충분치 않은 밝기로 인해 길을 잃은 적도 여러 번 있었던 터라 이번에 블랙다이아몬드의 스톰500-R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구매하기전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봤고 시중에는 정말 많은 제조사의 헤드랜턴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충분한 밝기를 제공하는 프리즘 사의 크레모아 헤디+ 부터 프랑스의 제조사인 페츨의 액틱코어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제품들도 있었지만 제가 블랙다이아몬드의 스톰 500-R을 선택한 이유는 밝기와 지속시간, 그리고 디자인입니다.
※ 목차
1. 첫인상, 조금은 불안한 제품 포장 상태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제일 두드러지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제품들이 그런 것 같아요. 재생 플라스틱을 이용해 옷을 만들기도 하고 또 다른 브랜드에서는 우모복에 재활용 거위털을 사용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즉 무언가를 제작할 때 원료를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활용해서 지구에 부담을 덜 주겠다는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랙다이아몬드 역시 제품의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저렇게 종이로 싸서 보낸 거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비닐로 된 버블랩을 사용하는 대신에요.
그렇다면 이 종이를 좀 더 빵빵하게 넣어서 충격 흡수를 잘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상자 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을 텐데 충격 흡수가 안되어 고스란히 그 영향을 제품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았거든요. 혹시나 파손으로 인해 반품을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새 제품을 포장하기 위한 포장재를 한 번 더 써야 하는 상황도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뭐가 옳은 방식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일단 제품이 무사히 왔다는 것에 안도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먼지와 같은 미세한 종이 가루가 제법 묻어있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헤드랜턴이 있는 곳이 투명창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라서 제품에도 은근히 많은 먼지가 묻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제품을 출시할 때 이렇게 하기로 한 것은 전적으로 블랙다이아몬드의 권한이니 뭐라 할 수 있는 점은 아니지만 기왕에 이렇게 출시하기로 했다면 제품이 구매되기 전까지라도 먼지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보관하고 배송 전 최종적으로 검수 단계에서 먼지 좀 털어서 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2. 간략한 스팩 및 기능 소개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조작이 은근 복잡하기도 하고 기능이 다양한 제품입니다. 일단 최대 밝기는 500lm이며 집중광을 기준으로 측정된 수치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밝기의 지속시간이 7시간에 달합니다. 최대 파워, 즉 집중광과 확산광이 모두 켜진 상태에서는 지속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고민했던 페츨의 엑틱코어가 450lm이라 밝기는 양호하지만 배터리 지속시간이 2시간 밖에 안돼서 아쉽지만 포기하게 되었습니다(물론 추가로 AAA 사이즈 배터리를 계속 공급하면 계속 사용이 가능하긴 합니다). 또한 중간 밝기에서는 지속시간이 15시간에 달하므로 굳이 야간산행 시 일행들 중에서 선두에 있지 않다면 적당한 밝기로 사용하여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괜찮아 보입니다.
블랙다이아몬드 스톰 500-R의 메뉴얼입니다. 무언가 기능이 되게 많고 복잡해 보이긴 합니다. 사실 실전에서 쓰게될 기능은 그렇게 많지는 않겠지만 간략하게 대표적인 것들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면부
전면을 보면 세 개의 LED 램프가 보입니다. 좌측에 가장 큰 램프는 확산광으로 멀리 가지는 않지만 주변을 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차피 시야가 멀리까지 확보되지 않는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이나 여러 명이 산행하는 경우 동행하는 일행 중 선두에 서지 않는다면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 있는 작은 LED 램프가 먼 거리까지 비춰주는 집중광입니다. 재원상으로는 120M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행 시 먼 거리까지 시야 확보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로 사용하게 될 램프가 아닐까 예상됩니다.
마지막은 우측 하단의 RGB LED 램프입니다. 영단어로 Red, Green, Blue의 앞 글자를 따서 이렇게 부르며 우리가 흔히 미술시간에 배워서 알고 있는 삼원색입니다. 모니터나 프린터에서 색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는 세 가지 색상인데 이게 스톰 500-R에도 각각의 색이 하나의 램프에 표시됩니다. 모니터 화면처럼 세가지 색상을 조색해서 다양한 색을 표현하지는 않고 각각의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표시하는데 이게 각각 무슨 의미를 나타내는지, 어떤 경우에 사용하면 좋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략 램프의 깜빡임이 국제표준 SOS 시그널이라고는 들었는데 당분간은 크게 사용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추후에 정확히 알아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좌측 충전 단자와 원터치 파워탭, 그리고 조금 아쉬운 각도 조절
좌측에 위치한 충전단자와 터치 한 번으로 최대 밝기를 낼 수 있는 파워탭이 있습니다. 일단 충전 단자는 USB 5핀 케이블 방식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블랙다이아몬드에서 짧은 길이의 케이블은 제공합니다. 요즘 추세에 맞게 당연 충전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스톰 500-R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인 한 번의 터치로 헤드랜턴의 최대 밝기를 냈다가 다시 원 상태로 돌릴 수 있는 파워탭 기능이 좌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확산광과 집중광이 모두 최대의 밝기로 켜지게 하는 기능인데 실제 산행에서 경험한 바로는 7시간의 넉넉한 배터리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르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배터리를 아끼고자 최대 밝기가 아닌 적당한 수준의 조도로 산행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오거나 시야 확보가 잘 안되는 구간이 나올 때 손쉽게 터치 한 번으로 최대 밝기를 낸 후 안정적인 사야를 확보하는 게 정말 편리했습니다.
참고로 왼쪽 사진은 실제 야간 산행에서 갑자기 시야 확보가 안되어 제가 직접 파워탭 기능으로 시야를 확보했던 경우이고 우측 사진은 내리막 데크 계단의 끝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자 최대 밝기를 구현했던 모습입니다. 실제로 정말 부족함 없이 안정적으로 먼 곳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확산광과 집중광을 동시에 최대 밝기로 사용했을 때 지속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여느 헤드랜턴과 마찬가지로 블랙다이아몬드 스톰 500-R 역시 각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보통 지면과 90도로 헤드랜턴을 두고 사용하시는 분은 없으실 거예요. 대부분 60도 이하로 맞춰야 적당히 앞쪽의 먼 거리와 함께 내가 현재 발을 딛고 있는 주변까지 빛을 비출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각도 조절은 필수일 것입니다.
크게 치명적인 단점은 아닐 수 있지만 각도 조절 단계를 5 단계로 가정했을 때 각각의 단계가 구분되면 더 좋을 텐데 스톰 500-R은 명확히 구분되는 소리 또는 간격 없이 다소 부드럽게 조절되는 느낌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매 순간의 각도 조절마다 딱딱 끊어지는 느낌을 더 선호하는 타입이라서 이 점은 아주 약간 아쉽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배터리 충전, 밴드, 그리고 방수성능 IP67
제품을 수령했을 때부터 배터리는 완충 상태였는지 잔량이 꽉 찬 세 개의 LED가 점등되어 있습니다. 충전기의 전류용량 또는 급속충전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보통 3시간이면 스톰 500-R을 완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장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이 2400mAh라서 종주산행이라도 어지간한 보조배터리로 충전하고도 충분한 용량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겨울 산행에 있어서 저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 충전까지 생각하면 여유 있게 최소 20000mAh 이상의 제품을 챙깁니다.
밴드는 두껍지 않은 적당히 얇은 두께이지만 탄성이 충분히 좋아 조절만 잘 하면 큰 무리 없이 머리에 고정됩니다. 그리고 역시나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트렌드에 맞춰 재활용 소재를 활용하여 만든 밴드라고 합니다. 그러나 제품의 매뉴얼에 나와 있는 대로 굳이 밴드를 활용해서 머리에 착용하는 게 아닌, 예를 들어 배낭의 가슴 줄에 착용하는 방법도 가능해 보이나 제가 시도해 본 결과 설치하기에 만만치 않았습니다. 워낙에 손재주가 떨어지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무튼 스트랩이 있다면 충분히 활용해서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톰 500-R의 방수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행 중에 예기치 못한 비가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 헤드랜턴의 방수 기능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부분 잘 알려진 헤드랜턴 브랜드들은 어느 정도의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 역시도 방수 기능의 유무로 이 제품을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스톰 500-R의 매뉴얼에 의하면 IP67 등급의 방수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IP라 하면 Ingress Protection의 약자로 방진방수 등급을 의미하며 앞자리 숫자가 6이면 완전한 방진 구조를, 뒤의 숫자가 7이면 일정한 조건에서 물에 잠긴 채로 사용이 가능한 등급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스톰 500-R을 1미터 수심에서도 30분 정도는 사용이 가능한 등급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헤드랜턴을 착용한 채로 물에 들어갈 일은 없겠지만 그만큼 방수에 있어서는 안정성이 확보되었다고 보시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작 버튼들, 그리고 제품 작동 영상들
사진에서 보이는 이 두 개의 버튼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다양한 기능들을 오직 이 두 개의 버튼으로만 조작을 하다 보니 사용법이 다소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만요. 일단 좌측의 길게 보이는 버튼의 대표적인 기능은 전원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측의 동그란 버튼은 램프의 모드를 설정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몇 초간 길게 누른다던가 하면 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일단 이렇게만 크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게 편할 것 같네요.
처음 제품을 받으면 잠금 모드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두 개의 버튼을 동시에 2초 동안 누르면 잠금을 해제하거나 설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스톰 500-R 관련된 시연 영상들을 보시다가 눈이 부실 수 있는데 저의 미숙함으로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다른 헤드랜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불빛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얼마간 시야 확보가 잘 안될 정도로 눈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니 꼭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상단의 왼쪽 긴 버튼으로 전원을 켰고 이후 우측의 작은 원형 버튼으로 각각의 램프를 작동시키는 영상입니다. 기본적으로 세팅 값이 최대 밝기로 되어있다는 점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파워탭 기능은 제가 터치해야 하는 포인트를 잘 못 찾아서 한 번에 작동되지 않는 듯 보이지만 정확한 곳을 터치하면 정상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다만 터치의 감도를 스마트폰 수준을 기대하시면 안 될 것 같아요. 빠른 속도로 탭을 하게 되면 기민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적당한 타이밍으로 작동시키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램프가 점등된 상태에서 상단 우측의 긴 버튼을 길게 누르면 미세하게 밝게 조절이 됩니다. 밝기의 단계가 미리 헤드랜턴에 세팅되어 있어서 딱딱 끊어지게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계속해서 밝기가 조절되는 상태라서 원하는 순간에 정확하게 누르고 있던 버튼을 놓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잖아요. 그러면 다시 눌러서 맞춰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정말 내가 필요로 하는 밝기를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보통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최대 밝기로 놓고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도해 본 것인데 사실 저 역시 산행 중에는 최대한의 밝기로 맞춰놓고 다녔습니다. 해 뜰 때까지 딱히 좀 더 램프를 어둡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더라고요.
3. 총평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씀드리자면 블랙다이아몬드의 저 Azul이라는 색상과 같은 파란색 계열의 컬러를 좋아합니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요. 헤드랜턴의 본체 자체가 크거나 투박하지 않아서 머리에 착용했을 때도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밝기에 대한 성능도 매우 만족스럽고 특히 파워탭 기능은 실제 산행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또 만족스럽게 사용하실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산행용 헤드랜턴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도 좋을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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